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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에 가면 전국 3위 규모의 대형 시장이 있다. 의정부 제일 시장이다. 어디서부터가 시장인지 알지도 모르고 걷다보면 어느새 시장안에 들어와 있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점포를 찾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제일시장은 구역별로 나누고 코너별로 나누어져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돕는다. 하지만그렇게 한다고 해도 제일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기분좋은 혼란에 빠진다. 잘 구별을 해 놓았지만 시장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같은 코너에만 동종 업종이 부지기수로 있기 때문이다. 한 코너에만 몇 개씩 있는 가게 때문에 어느 곳에 들릴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한다.
 
수선집 역시 마찬가지다. 제일 시장 내에만 수선을 하는 곳이 40여 곳이 된다. 시장 밖 인근 지역의 수선집까지 하면 50여곳이 조금 안된다고 하니,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틈바구니 속에서도 실력하나로 인정을 받고 있는 베테랑 수선집 '영 수선'을 찾았다. 가게 안에는 오명희(61) 대표가 일을 하는데 필요한 도구들과 책상외에는 따뜻하게 전기를 틀어 놓은 작은 침상이 하나 있을 뿐이다. 대표는 미싱기 앞에 앉아 있고, 침상에는 중년 여성 한 명이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자연스러운 풍경안에 녹아들어 취재가 시작되었다.

 

 

42년 베테랑이 말하는 수선 철학
 
“18살에 처음 양장업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계속 이쪽일을 했어요. 지금 내 나이가 만으로 육십하나니까, 40년 된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대표였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42년간 같은 일을 해온 셈이다. 처음 양장업으로 입문한 대표는 디자이너, 패션 등 의류쪽에 계속 몸 담으며 점점 베테랑이 되어갔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의상실에서 일을 한적도 있고, 모 유명 패션회사의 직영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을 떠나 의정부 제일시장으로 온 것도 벌써 15년이나 되었다. 지금도 과거에 알고 지내던 디자이너나 재단사들이 수선을 맡긴다.
 
워낙 베테랑이다보니 일을 베우기 위해 제자로 찾아온 사람도 둘이나 있었다. 하지만 제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청도 물리고, 직접 일을 배워 가게를 잇겠다는 둘째의 제안도 거절했다. “수선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쉬운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일에 비해 벌이가 좋은 편도 아니고. 정말 열심히 배워보고 싶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면 하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본인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업으로 삼아왔으면서 정작 남에게 추천은 하고 싶지 않다는 수선이란 어떤 일일까.
 
“의사라고 치면, 수술을 하는 거에요. 그냥 옷감이나 원단을 가지고 옷을 만드는 건 차라리 쉬워요. 이건 옷을 뜯어서 새로 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에요. ” 아는만큼 고생한다고 했던가. 정작 수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충 일을 하지만 대표쯤 되는 베테랑에겐 그것도 곤욕인가보다. 수선을 맡기고 간 옷에서 이것저것 손 봐야 할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손님이 옷을 찾으러 왔을 때, 권유를 통해 다른 부분도 다시 수선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설명이다.

 

 

가족같은 손님과 수다로 노동요를
 
“수선에는 바가지가 없어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니까. 일한 만큼 벌어가는 것이 다에요.” 일에 정직해지니 가격에도 정직해진 것일까? 영수선은 자연스럽게 낮은 수선비로 수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낮다고 해서 수선을 대충할 리는 없다. 저렴하고 예쁘게 수선이 잘 되었는데도 깎아달라는 말을 들을 때 대표는 힘이 빠진다고 한다.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친근하고, 주인과 손님이 에누리를 두고 실갱이 하는 모습이 정감어린 시장의 풍경처럼 인식되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고충이다.
 
옷도 빈티지가 유행하고 입던 옷도 리폼을 해서 다시 입는 시대다. 영수선에도 리폼은 물론이고, 예전과 달리 요즘은 남자들도 수선을 위해 자주 찾아 온다고 한다. 기장을 줄인다거나 폭을 줄이는 기본적인 수선 이외에도 패션을 위한 까다로운 수선도 척척 해낸다는 것이 그야말로 베테랑답다. 요즘은 교복을 줄여입기 위해서 학생들도 자주 찾는다. 인터뷰가 끝나가는데 침대에 누워있던 중년여성이 일어나며 말한다. “나 그냥 가봐야 겠다. 내일 찾으러 올게.” 가족인 줄 알았는데 손님이었다.
 
당황하고 있는데 대표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한다. “워낙 단골들이 많아서, 오면 저렇게 누워서 텔레비전도 보고 나랑 수다도 떨다가 가요. 수선이라는 게 손은 바쁘게 놀려도 입은 심심하거든.” 쉴틈 없이 수선을 위해 손을 움직이는 상인과 머리에 파마기를 말고 있는 손님이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앞에 그려진다. 영수선의 수다는 노동요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고치면 입을 수 있는 옷이 집 어딘가에 숨어 있다면 들고나와 수선을 맡겨보자. 기다리는 동안 기분좋은 노동요를 기대하면서. - 시장예술단 윤강평
 
의정부 중앙시장 나동 58호 
문의전화 : 031)841-3025
영업시간 : 11:00 ~ 19:30,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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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ungart 2016.08.10 17:05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기사 내용 퍼갑니다.

    의정부 제일시장 영수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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